전체 글27 어르신이 알려준 서울, 나만 몰랐던 곳들 서울을 수없이 걸었지만, 누군가의 ‘서울’은 나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면서도 어떤 이는 그 공간을 다르게 기억하고, 또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번 탐방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곳은 어디일까?'정보는 70대 어르신 세 분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모두 서울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분들이었고, 현재는 은퇴 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서울을 천천히 누리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들에게 “지금도 가끔 찾는, 내게 편안한 서울이 있다면 어디냐”고 묻자, 예상 밖의 장소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한 SNS 명소가 아닌, 생활과 기억이 배인 공간들이었습니다.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추천된 세 곳을 직접 걸으며 탐방했습니다. 다음은 어르.. 2025. 7. 14. 작은 공간만 걷는 여행 여행은 때로 스케일의 예술입니다. 웅장한 자연, 광활한 거리, 드넓은 풍경을 보고 싶어 우리는 움직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한 손에 들어오는 공간, 발 한 뼘을 겨우 채우는 작은 장소들에도 수많은 이야기와 감각이 숨어 있습니다. ‘5평 미만의 공간들만을 걷는 여행’은 바로 그런 작고 섬세한 공간을 탐색하는 실험이었습니다.5평은 약 16.5제곱미터입니다. 3인용 텐트보다 조금 크고, 원룸의 반 정도 크기입니다. 그 공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테이블 하나, 의자 몇 개, 또는 선반 한 줄 정도. 그러나 바로 그 제약이, 오히려 더 많은 집중과 관찰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람은 공간이 작아질수록 자세히 보기 시작하니까요.이번 여행의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입장할 수 있는 공간 중, 실내.. 2025. 7. 7. 비 오는 날만 떠나는 여행 여행을 떠나는 기준은 대부분 ‘날씨가 좋을 때’입니다. 맑은 하늘, 화창한 햇살, 눈부신 풍경은 여행자의 시선을 만족시키고 사진을 완성시켜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항상 맑은 날에만 여행하려 할까? 흐리고 축축한 날엔 왜 떠나지 않는가? 오히려 ‘비’라는 날씨야말로 도시의 풍경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꿔주는 요소는 아닐까?그래서 한 번쯤은 ‘비 오는 날만 떠나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특정 장소나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오로지 ‘비가 내린다’는 사실 하나에만 조건을 둔 여정. 그렇게 우산 하나를 가방에 넣고, 날씨 앱을 켜고, 흐리고 비 내리는 도시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여행은 계획도, 목적도 없이 단지 날씨 하나로 모든 동선을 결정짓는 실험이었고, 결과적으.. 2025. 7. 7. 사진 한 장이 나를 데려간 곳 여행을 시작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행기 티켓이 우연히 싸게 떠서, 친구의 추천으로, 혹은 영화 속 장면을 보고 그곳을 꿈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한 장의 사진’만 보고, 아무런 정보 없이 그 좌표를 찾아가 본다면 어떨까? 장소의 맥락도, 유명세도, 의미도 모른 채 단지 한 장의 이미지가 주는 느낌만으로 길을 떠나는 것. 그런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출발하게 됩니다.그 실험은 오래전 어느 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창틀을 가로지르는 저녁 햇살, 모서리에 걸린 낡은 의자, 투명한 커튼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어디든 이 공간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2025. 7. 7. 아무것도 안 먹고 다녀온 여행 여행은 오감의 경험입니다. 그중에서도 ‘맛’은 많은 여행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가장 많이 기록하며, 가장 오래 기억하는 감각입니다. 어떤 도시를 떠올릴 때 우리는 곧잘 그곳의 음식부터 먼저 말하곤 합니다. “전주? 비빔밥. 강릉? 커피. 부산? 밀면.”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번 여행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어떨까?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유명한 먹거리를 건너뛰고, 입에 넣는 모든 걸 생략해본다면, 나는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이 여행은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각 없는 여행, 다시 말해 ‘아무 맛도 없는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 것입니다. 여행은 감각을 채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감각을 비워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각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 자리.. 2025. 7. 2. 비행기 안 타고도 여행이 시작되는 곳들 공항에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여권을 챙기고 캐리어를 끌며 탑승동으로 향할 때, 사람들은 일상의 궤도에서 살짝 벗어나 낯선 시간대로 진입하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거나, 긴 비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그 감각은 여전히 매혹적입니다. 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공항의 공기와 여정의 기운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스팟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시 안에 숨은 공항 분위기의 장소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일탈감의 실체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비행기는 타지 않아도 여행 감각은 만들 수 있다여행을 떠날 때의 감정은 물리적 이동보다 감각적 전환에서 비롯됩니다.. 2025. 6. 25. 이전 1 2 3 4 5 다음